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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

Phone Sex

자성이 바쁘단 핑계, 핑계가 아닌 사실이라도. 바쁘다며 며칠 연락을 못한다 했던 그날 밤. 그때부터 지독하게 앓던 감기가 나았다. 자성이 상해로 출장 나간 지 보름이 넘었다. 시간이 그렇게 느리게 흘러가다니. 여자는 체념한 듯 풀썩 침대에 누웠다. 감기로 끙끙 앓았던 때 자길 보살피는 곱고, 섬세한 자성의 손길이 그리웠다. 그것은 감기가 끝난 후에 더 심해졌다.

 

"얼마나 바쁘면 일주일 넘게 전화 한 통이 없어.."

 

여자는 축 늘어진 몸을 옆으로 돌려 누웠다. 섭섭한 마음에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아직 주르륵 흐르긴 멀었지만 곧 떨어질 것 같은 눈방울을 눈에 달고는 조용한 휴대폰을 들여다본다. 정확하게 9일 전에 한 연락이 끝이다. 문자 한 통도 없단 사실에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소리 내 자성을 부르며 울던 여자가 지쳐 잠에 빠졌다. 여자의 베개가 눈물로 젖어있다.

 

 

 

***

 

 

 

전화는커녕 문자가 없는 것이 여자는 섭섭하다 못 해 화가 나,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잠시. 자성이 곁에 없는 것에 다시 한 번 여자는 외로움을 느꼈다. 곁에 없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괴로울 수 있구나. 여자의 얼굴에 그늘이 진 것을 본 친구들이 서로 위로를 하지만 그것들이 여자의 귀에 들어오진 않는다.

 

"니가 먼저 전화해. 정말 많이 바쁠 수도 있잖아."

 

"야! 무슨! 너도 전화 하지마. 일이 바쁘면 얼마나 바쁘다고. 보름 동안 연락이 없어? 출장 간지 한 달은 더 됐겠다!"

 

한 달도 아니고, 보름 동안 연락이 없었던 것이 아니다. 출장 간 날은 이제 20일이 되었고, 연락이 안 된 건 14일. 보름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이렇게 기억하는 게 더 억울해서 여자가 엉엉 울어버리자 친구들이 등을 토닥인다.

 

"진짜 바빠서 그런 걸거야."

 

고의로 연락을 안 할 사람이라는 걸 안다. 자성은 그런 고약한 사람이 되질 못한다. 그래서 아무리 바빠도 연락을 못하는 게 이상하다. 섬세한 그 사람이 이렇게 자신을 방치하고 있다는 것에 서럽고. 그걸 이해 못하는 자신이 아직 어리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 비참하다. 여자의 등을 가만히 토닥이 던 친구 하나가 입을 다시 연다. 친구의 말에 자리에 있던 여자를 비롯해 같이 있던 친구들 모두의 눈이 반질거린다.

 

"폰 섹스가 나쁜 건 아니잖아. 연인 사이에.. 안 그래?"

 

된다, 안 된다를 판결하려 조잘거리던 입들이 그 말을 기다렸단 듯이 즉시 입을 다문다. 인상을 찌푸리며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여자의 얼굴도 조금은 펴졌다. 그래. 우리가 남도 아니고. 연인 사이인데.. 그게 뭐 어때? 뭐 그러는 커플들도 많다던데. 나쁠 리가 없잖아!

 

 

여자는 서둘러 친구들과의 만남을 정리했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못 해, 빨랐다. 다다다 뛰어가다가 숨을 고르며 현관문을 열었다. 당장 무거운 코트를 벗어던지고, 보드라운 니트를 벗었다. 검은 브라와 팬티만 입고 여자는 하얀 침대에 누웠다. 휴대폰을 한참 보다가. 자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연결음이 길어지는 것이 여자의 흥분을 점점 가라앉힐 때쯤 자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성의 목소리에 힘이 없는 것에 여자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많이 바빠요?"

 

"조금.. 바쁘네요. 전화 기다렸을 텐데 미안해요."

 

여자는 아니라는 말 대신 괜찮다고 대답했다. 별 말없이 서로의 숨소리만 조용히 들었다. 자성은 오랜만에 듣는 연인의 목소리에 날이 섰던 신경들이 조금씩 누그러지는 것을 느끼며 목을 뒤로 젖혀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가만히 들려오는 숨소리에 잠이 올 것 같은 나른한 기분을 만끽한다.

 

"보고 싶어요.."

 

"나도. 보고 싶어요."

 

낮게 잠긴 자성의 목소리가 잠을 갈구한다. 여자는 그런 자성을 도닥이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성을 부른다. 자성은 감은 눈을 떴다. 아직 열흘이나 남았다는 것을 축 쳐진 목소리로 여자가 말하자. 자성의 기분도 여자와 같이 가라 앉았다. 보고싶은 얼굴을 못 보는 것은 두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피곤할 텐데 쉬어요."

 

자성이 무어라 말하기 전에 여자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피곤에 잠긴 사람에게 어떻게 할 생각은 없었다. 여자는 정말이지 자성을 위해 전화를 끊었다. 잠깐의 통화였지만 밀려오는 안도감과 평안함에 두 사람은 각자 다른 침대에서 오랜만에 편한 잠에 들었다.

 

 

그렇게 야릇한 이벤트는 잊혀지는 것 같았다.

 

 

 

***

 

 

 

했냐고 물어보는 친구들의 난리 통에 여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친구들의 실망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지만 그때만 해도 여자는 그 야한 이벤트를 시행시킬 생각이 없었다. 잠깐 혹 했을 뿐. 그건 점점 잊혀지는 듯했다. 갑자기 걸려온 자성의 통화 한 통만 아니었다면.

 

 

"잘 준비했어요?"

 

"으응.. 아직요. 이제 일 다 끝나가나 봐요."

 

"보고 싶어서.. 처리할 것들 다 당겨서 했어요."

 

자성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무리한 거 아니에요? 미안하게.."

 

"그러면서 웃고있죠?"

 

여자가 꺄르르 웃는다. 보고 싶다며 휴대폰에 입을 쪽쪽 맞추자 자성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 결국 아저씨 집에 갔었어요."

 

자성은 상해로 출장 가기 전 연인에게 자신의 집에 있으라 당부했지만 여자는 끝내 괜찮다며 자신의 집에 있었다. 뭔가 자성이 없는 집에 있으면 더 외로울 것 같아서 그랬던 것인데. 어째 혼자 제 집에 있는 것이 더 외로워 늦은 밤 부리나케 자성의 집에 들어가 숨을 들이 마신 적 있었다. 자성의 집에 있는 공기를 다 마실 듯이, 폐 안에 그 공기들을 담았다. 코로 들어오는 자성의 향에 여자는 눈물을 쏟았었다.

 

"그러게.. 내 말 듣지 그랬어요."

 

"아저씨 너무 보고 싶어.."

 

물기 가득한 연인의 목소리에 자성의 속이 타들어간다. 자성은 연인에게 내일 아침 비행기로 간다고 말했다. 비밀로 하려던 것을 말하자니 조금 아쉬웠지만 그걸 위로 삼아 연인이 울지 않기를 바랐다. 이미 자신이 없는 사이에 꽤 많은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런다고 그렇게 바빴어요? 나 괜찮은데.."

 

배시시 웃음을 띠고 있을 얼굴이 보고 싶다. 그 얼굴을 마주 잡아 입 맞추고 싶다. 자성의 손이 조금 팽팽해진 곳. 그 위로 올라갔다. 조금 나른한 숨이 자성도 모르게 뱉어지자 여자의 재잘거리던 말소리가 멈췄다. 자성이 뒤늦게 입술을 꼭 깨물었지만 여자는 여전히 아무 말 없었다. 여자는 그 소리가 단순한 숨소리가, 아닌 것을 단박에 알아챘다.

 

"아.. 아저씨.."

 

"아.. 저.. 그러니까.."

 

"아저씨 지금 뭐 해요?"

 

자성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지만. 연인의 물음에 손만 올려놨지 아무런 짓도 안 했는 그것이 점점 고개를 드는 것이 느껴졌다. 여자는 제가 그것을 왜 물었는지에 대해 속으로 오만소리를 하고 있었다. 미쳤지! 그걸 지금 말이라고. 뭘 하긴 뭘 해! 속으로 어떤 말을 해도. 이미 뱉어진 말 때문에 두 사람은 침묵을 유지했다. 그 와중에 자성의 손이 바지 지퍼를 내렸다. 자성의 허벅지를 감싸고 있던 바지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갔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여자는 침을 삼켰다. 자성이 연인에게 반대로 지금 무얼 하냐고 물어보자. 조금 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위에 옷 벗었어요. 아저씨는요?"

 

떨리는 연인의 목소리에 자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바지를 벗었다며 자성은 불룩 솟은 팬티 위를 몇 번 쓰다듬었다.

 

"나도 밑에 벗을까요?"

 

여자는 의도치 않게 흘러가는 이 순간을 즐기고 있었다. 만약 자성에게 이걸 해주려 했을 땐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깜깜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일이 흘러가니 몸이 먼저 반응해서. 딱히 생각하지 않아도 입 밖으로 외설스러운 말들이 잘도 뱉어진다.

 

"응. 벗어요."

 

여자는 자성의 말을 들어, 입고 있던 잠옷 바지를 아래로 끌어 내렸다. 보드라운 것이 허벅지를 스치는 것이 예민하게 느껴졌다. 여자의 손이 좀 젖은 곳을 찾았다.

 

"벗었어요?"

 

"네.. 벗었어요.. 아저씬.. 팬티 입고 있어요?"

 

"으음.. 이제 팬티도 난 벗었는데.."

 

자성이 꼿꼿하게 선 것을 잡아 위아래로 흔들었다. 짙은 신음이 자성의 입 밖으로 흘러나와 여자의 귀에 들어간다. 여자는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질척한 곳을 슬슬 문지르자 여자의 입에서 들뜬 숨이 뱉어진다.

 

"하아.. 뭐해요..?"

 

"아저씨랑.. 같은 거요.. 흐읏.."

 

자성은 더 말을 이으려다 움직이던 손에 조금 더 속도를 가했다. 탁탁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는 그 소리에 맞춰 허리짓을 놀리며 제 손으로 아래를 만졌다. 축축하게 젖어가는 것을 느끼며 여자가 앙앙 거리며 운다.

 

"아저씨.. 으응.. 나 아저씨 안고 싶어요.."

 

자성은 여자의 우는소리를 들으며 스퍼트를 더 올렸다. 탁탁탁 거리는 소리도 잠시. 자성의 숨소리가 내뱉어지고, 자성의 것이 말간 액이 기둥으로 흘러내렸다. 자성은 그것을 제 연인의 가슴에 문지르고 싶은 욕구를 느꼈다.

 

"위에 옷 벗었다고 했죠."

 

"으응.. 하아.. 네... 위에 옷 벗었어요.."

 

"그럼 위에 속옷은 벗었어요?"

 

"으응.. 아뇨.. 아저씨.. 아저씨가 나 벗겨주면 좋겠어요.. 흐응.."

 

"나도 벗기고 당장에 빨고 싶어요.."

 

자성이 내뱉는 야한 말에 여자가 제 가슴을 움켜쥐며 신음을 토해냈다. 자성은 제 연인의 교성에 아랫도리를 다시 한 번 문지를 필요 없이 꼿꼿하게 세웠다.

 

"나 또 섰어요.."

 

"하아.. 아저씨 꺼 물고 싶다."

 

"난 당장 넣고 싶어요.. 흐읏.."

 

"하앙.. 하아.. 아저씨.. 얼른.. 얼른.. 와요.. 진짜 미칠 것 같아.."

 

탁탁 거리는 외설적 소리와, 마구 울부짖는 신음이 휴대폰을 뜨겁게 달군다. 두 사람 다 마지막 스퍼트를 올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자성은 제 손을 위아래로 흔들기 바쁘고, 여자는 아래를 휘젓는 손을 조금 더 깊게 하려고 할 뿐이다. 두 사람의 외로운 움직임이 끝나고 거친 호흡을 고른다. 자성과 여자는 나른한 기분을 만끽하며 배위에 액으로 번들거리는 손을 올렸다.

 

"공항에 마중 나오지 말고. 집에 있어요. 내가 갈게."

 

"그래도.. 아저씨 오랜만에 보는데.."

 

"차에서 마저 할 순 없잖아요."

 

자성의 웃음에 여자도 웃었다. 여자는 다시 한 번 몸이 조금 뜨거워지는 것 같다. 똑바로 뉜 몸을 비틀어 옆을 보며 제 허벅지를 쓸었다.

 

"그럼 얼른 와서.. 나 만져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