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로 출장을 와서 청이 제 여인을 못 본 지도 열흘이 넘어간다.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을 땐 견딜 수 있었던 그리움이 일이 한산해지자 봇물 터지듯 밀려와 하루 종일 휴대폰만 붙잡고 있게 만들었다. 가는 연락이 없어도 오는 연락이 있을 줄 알았던 청의 생각과 다르게, 여인에게서 전화는 없었다. 당연히 먼저 전화를 하면 될 것을 재헌이 그러지 말란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느니 다 헛소리로 넘겨야 할 말들이 묘하게 청의 귓가에 남아 애꿎은 휴대전화 액정만 지문이 닳도록 쓸고 있다.
"에이 씨빠."
휴대폰을 던져 놓고 담뱃갑에 딱 하나 있는 돛대에 불을 지폈다. 담배의 불순한 찌꺼기들이 폐부에 그득 차도록 빨아 마시고, 한숨 쉬듯 뱉어낸다. 이 상황을 보면 분명히 뭐라 할 여인의 잔소리가 없어 아쉽다. 전화를 할까 말까 담배가 스러져 사라질 때가 다 되었을 때. 징- 징- 하고 청의 휴대폰이 부들부들 떨었다. 검은색만 띠던 액정에 빛이 들어오고 '아가♥'라는 문구가 뜬다. 청은 미련 없이 담배를 끄고 목을 가다듬었다. 큼큼 거리고 받은 전화는 생각보다 더 강렬하게 청의 귓가를 자극했다.
"하아.. 아저씨.. 흐읏.."
청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파악하는 것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휴대폰을 든 손에선 땀이 바작바작 나기 시작했다. 청은 거칠게 제 목을 조르고 있던 넥타이를 풀었다. 그리곤 축축하게 젖어가는 제 이마를 쓱 닦았다.
"흐응...."
"느 참말로.. 느.."
청이 인상을 찌푸리면서 한숨을 쉬었다. 여자는 왜 그런지 모르고 열띤 신음을 멈추지 않았다. 당장 눈앞에서 소리를 흘리는 듯 들리는 것에 청은 침을 삼켜야 했다.
"아저씨.. 보고 싶어요.. 흣"
청은 지금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답답한 마음에 담뱃갑을 찾았지만 아까 핀 것이 마지막이었다. 청은 빈 담뱃갑을 바닥에 내팽개치고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계속 깊어지는 신음에 청의 것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으음.. 아저씨.. 뭐 하고 있었어요?"
조금은 진정된 듯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것에 청은 아무런 대답 없이 제 아랫도리를 문질렀다. 느껴지는 이 자극이 제 연인의 손길이었으면 하고 청은 바랐다.
"서류 보고 있었어요?"
니 전화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단 말 대신, 청은 낮은 신음을 흘렸다. 여자의 웃음이 들리는 것도 같았다.
"아저씨도 나처럼 흥분했어요?"
청이 무어라 중얼거리지만 그것이 제대로 전달되긴 어려웠다. 입술을 씹어 신음을 삼키려는 것이 여자의 눈에 훤히 보였다. 또 입술을 깨물고 있느냐고 물으면서 여자는 제 가슴을 움켜잡았다. 열띤 신음이 다시 청의 귓가를 때리자 청이 제 브리프를 끌어내리고, 솟아 오른 것을 붙잡고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내 가슴 빨아 주면 좋겠어요.. 흐윽.."
청의 거친 숨소리에 여자의 허리가 꼭 그것을 하는 듯,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우로 허리를 돌리다가 그대로 엎어져 손을 은밀한 곳으로 갖다 대었다.
"아저씨가.. 내.. 흐읏.. 아..!"
아저씨라 부르며 흐느끼는 목소리에 청이 제 것을 밖으로 토해냈다. 기둥을 타고 흐르는 것을 닦을 것 없이 다시 발딱 선 것을 한 번 더 잡아 쥐었다. 앙앙 우는 연인의 목소리에 청은 위아래로 힘껏 그것을 잡아 움직였다.
"하아.. 흐으.. 아저씨..! 하앙.. 나 아저씨가.. 흣.. 상해로 출장 가기 전부터.. 이렇게 해야겠다고.. 흐응.. 생각했는데.."
"요 여시같은 가시내가.. 작정 했구먼.. 윽.."
청은 하얀 엉덩이를 올려 때리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다. 관계 중에 가끔씩 엉덩이를 때려 줄 때마다 더 조이고 앙앙 거리던 여인의 몸을 기억한다.
"아..아..! 흐.."
여자가 헐떡이는 숨소리를 여과 없이 드러내고, 그것이 그대로 휴대폰 너머 청의 귓가를 채운다. 꼭 여인의 것에 박는 듯 청의 몸이 위로 오르고, 토정과 함께 내려온다. 여자는 계속해서 신음을 흘리며 청을 불렀다. 청은 당장에 여인의 하얀 몸에 붉은 꽃들을 피우게 하고 싶었다. 이를 세워 온몸을 물고, 원하는 가슴을 빨아 엉엉 울게 만들고. 끝에는 젖은 그곳으로 들어가 휘젓고 싶었다.
"아가. 느 쪼매만 기다려라잉.."
"흐응.."
여자는 청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끊어진 휴대폰을 쥐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청은 재헌에게 전활 걸어 당장 한국행 비행기 표를 끊으라고 닦달했다. 재헌이 무슨 일이냐며 물어보자 청이 거친 욕지거리를 재헌에게 퍼부었다. 잔말 말고 티켓팅 해라는 뜻이었다. 청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방 안은 막 끝낸 그 일에 맞게 밤꽃 향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