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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

야한 상상

 조금 남다른 귓바퀴를 훑고 동그랗고 시원한 눈매는 어찌 보면 강아지 같다가도, 고양이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흐뭇한 콧대를 지나 도톰한 입술을 보자면-아랫입술을 확 삼키고 빨았다가 윗입술은 엄지로 짓궂게 손으로 쿠욱하고 누르고 싶은 충동을 일게 만든다. 한 번은 콱 물어보고 싶은 하얀 목덜미를 참고 지나 감당하기 어려울 만치 넓은 어깨. 듬직한 상박을 쓸고 내려오면 마주할 탄탄한 복근. 말하기 입 아픈 다리길이. 은밀한 그곳까지.

 

 그의 어디가 좋냐고 물어본다면, 아직 알려주지 못한 것들이 수천 가지였다. 그는 화려한 수식어가 필요 없는-오히려 그것들이 그의 본질을 흐리게 만드는-존재가 미사여구인. 누가 그를 그저 그런 미사여구라 여겨도, 내게는 본질 그대로의 ‘미사여구(美辭麗句)’

 

 눈길 안 가는 곳 없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나의 ‘미사여구’

 

 

 

***

 

 

 

 도톰한 아랫입술을 물다가, 윗입술도 물다가. 궁금한 그의 입안-반가운 혀와 달큰한 인사를 하다 보면 드는 생각이 이 넓은 어깨를 그대로 끌어안아 하얀 목덜미에 잇자국을 내고 싶다는 것. 축축하다 못해 질척이는 아래를 비비며 콱 끌어안다가도, 목덜미에 바튼 숨을 뱉다가도-결국 혀로 희롱하다가 이를 세워 무는 것. 내 것이라는 표시와 욕망을 담아 새겨질 자국들이 눈에 선해 지면. 상상만으로도 흥분감이 슬금슬금 머리를 들어 온 몸을 감쌌다.

 

 그런데 또 모를 일이었다. 누구도 모르겠지-그가 얼마 안 가 아무것도 볼 것 없는 미사여구로 전락할지.

 

 

 

 

 

그럼에도 지금은. 누구보다 완벽한 나의 미사여구를 가지고 하는 은밀한 상상을 보여줄까 한다.

 

도다온

 

 

 

 

 

 지금보다 더 뜨거운 한여름을 닮은 그의 몸은 예상대로 뜨겁고. 단단하다. 하지만 기승을 부리는 더위가 결국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주듯 그가 부드럽게 나를 안으면. 나는 그에게 가을이 아닌 여름을 다시 선물한다. 그에겐 가을보다 여름이 잘 어울렸으니 아쉬울 건 없었다.

 

 입술이 맞닿으면 당연하다는 듯 벌어져 서로의 혀가 엉켜들고 매끄러운 입안을 유영하면 그 느낌이 좋아 숨이 차올라도 입을 때기가 싫었다. 틈 없이 서로를 속박하고 있어도 더 맞닿을 곳이 있는 듯 비비적거려지고 바둥거리면 몸은 절로 뜨거워져 달뜬 숨을 뱉었다.

 내 손이 그의 목덜미를 간질이다가 그의 귓바퀴를 훑고 귓불을 꼭 잡으면 인상을 찌푸리며 손을 꼭 잡아 채 입술을 묻었다. 손바닥을 간질이다가 맥이 팔딱 뛰는 손목을 앙하고 깨물다가 다시 제 목 부근으로 손을 옮겨주곤 입을 맞췄다. 첫 번째고, 두 번째고 우리의 키스는 어김없이 급했다. 여유로운 키스는 있을 수 없다는 듯. 시간이 항상 부족하고 박한 듯. 이별의 키스는 아니었고. 쫓기는 것도 아니었음에도 그 긴박함이 멀지 않은 황홀을 당겨오는 듯했다.

 

 그의 진득한 애무도 좋았지만. 내가 그를 희롱할 때에 비로소 완벽하게 채워지는 어떤 것이 있었다. 가령 그의 두 손을 뒤로 묶고, 눈까지 가린 채로. 예민해진 그를 여유롭게 감상하는 척하는 것인데. 그의 앞섬에 내 것을 비비며 내리 앉으면 이미 뜨거운 그의 숨이 코앞에 있다. 보조개가 파이는 그 볼에 자잘하게 입을 맞춰주다가 가장 사랑하는 그의 하얀 목덜미에 입술을 지그시 누르고. 부드러운 혀를 빼어 핥다가 이로 앙 하고 물면. 묶인 손을 움찔거리는 것을 구경하는 것.

 

 앞서 말한 키스에 여유가 없는 것은 잠자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짐짓 이렇게 여유로운 척하는 내 앞에 애달픈 나의 연인은 자유롭지 못한 제 몸 때문에 더 흥분해 있었다. 뒤척일 때마다 드러나는 상박의 윤곽. 보다 더 부드럽기 위해 그의 셔츠의 단추를 하나, 하나 풀면 아래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기운에 단추고 뭐고 다 뜯어 버리고 그냥 하나가 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하지만-밤은 기니까. 더 괴롭혀야지.

 

 

 

***

 

 

 

 나는 하나에 꽂히면 끝을 보는 성미가 있어. 항상 관계를 맺을 때면 계속 열의 목덜미를 지분거리는 습관이 있다. 그 덕에 오늘도 그 하얀 목덜미는 군데군데 이미 붉게 물들었다. 필히 며칠은 열의 몸 위에 새겨져있을 것이다.

 

“열아. 넌 어쩜 이렇게 예뻐.”

 

 대꾸를 바라고 입을 연 것이 아니니, 나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어깨를 콱 깨물었다. 목덜미가 꽤나 붉은 것이. 아팠을 것도 같아 마음이 꽤나 쓰였지만. 대수는 아니었다. 왜냐면 앞으로 재미있을 게 더 크니까. 열도 그걸 원할 것이고.

 어깨를 잘근잘근 깨물고 단단한 팔뚝을 이리 쓸고. 저리 쓸다가. 꽤 잠잠한 열의 호흡에 부러 바싹 오른 젖꼭지를 꼬집다가 입안에 넣고 살살 돌리면. 다시금 제 허리를 비틀고 가쁜 숨을 뱉는다. 옳지, 착하다. 말의 칭찬은 삼키고 행동으로 그를 더 예뻐해 줘야지.

 

“보고 싶어. 안대라도 풀어줘.”

 

 우리가 이런 플레잉을 처음 하는 게 아니니까. 열도 잘 알 것이다. 순서는 항상. 눈을 거쳐 손이다. 몇 번을 해도 똑같았으나. 오늘은 왠지 그러기가 싫었다. 순종적인 열은 손을 풀어도 내 말을 들을 것이다.

 

“열아. 내가 풀어주기 전까지… 안대에 손이라도 대면. 오늘은 칭찬 안 해줄 거야.”

 

 예상치 못 한 전개에 손을 풀어주어도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모양에 웃음이 났다. 커다란 손을 잡아 내 가슴 위로 올려주어도. 머뭇거리고 움직임이 없다.

 

“손이 자유로워졌는데. 왜 가만히 있어? 안대만…”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부드러운 살결에 취한 듯. 가슴을 살살 움켜쥔다. 이미 가까운데 멀다고 느끼는지 허리를 당기면 나는 안 그래도 좁은 거리를 더 좁혀. 볼을 잡고 입을 맞춰줬다. 눈가를 스치며 안대를 만지는 것도 잊지 않고.

 

“풀어 주는 거야?”

 

말 잘 듣는 우리 강아지.

 

“그럴 리가.”

 

 개의치 않고 열이 가슴을 좀 더 세게 움켜쥐었다. 내가 저를 희롱한 것처럼 젖꼭지를 짓누른다. 나는 그러면 부끄럼 없이,

 

“으응…빨아줘.”

 

 보드라운 머리칼을 쓸고. 열의 얼굴을 끌어올려 짧게 입을 맞춘 다음. 내 가슴으로, 그러니까 보기 좋게 올라온 내 젖꼭지를 입술에 들이밀어줬다. 머뭇거리더니 혀로 핥다가 바로 입안에 넣는다. 그 말랑하고 축축한 간지러운 그 입안. 머리칼을 몇 번 움켜잡으며 입 밖으로 나오려는 신음을 참지 않았다. 그러면 가까운 거리만큼 뜨겁게 느껴지는 아래. 손을 옮겨 솟아 오른 드로즈 위를 툭툭 건드렸다.

 

“열아 그만. 그만해.”

 

 열이 내 젖가슴을 애무하는 것이 황홀했지만, 멈추었다. 열심히 빨아 대던 것이 아쉬울 법도 한데 멈추라는 말에 곧장 말을 듣는다. 넌 어쩜 그렇게 예쁜 얼굴을 하고, 이렇게 순종적일 수 있지. 완벽히 나를 위한 사람아.

 

 드로즈를 벗겨내기 위해 일어나라고 하면 또 그대로 일어난다. 벗겨내자마자 보고 싶었다는 듯 껄떡이는 것을 입에 물었다. 목을 긁는 신음 소리. 그 소름 끼치게 낮은 소리에 몸에 소름과 함께 전율이 인다. 내가 좋아하는 이 순간. 고환을 살살 문지르고 기둥을 혀로 핥고. 귀두에 쪽쪽 입을 맞추면. 불끈거리는 것이 눈에 띈다.

 

“열아, 넌 다 예뻐.”

 

 입은 그만하고 손으로 위아래로 흔들어주자 더 짙은 신음과 이마에 주름이 진다. 그리고 기둥을 콱 움켜쥐면,

 

“흐읏…”

 

 우는 듯 숨을 뱉는다. 내 손을 끌어 안대로 가져가는 귀여움에 웃자 떨리는 목소리로 하는 말이.

 

“안대 풀어줘. 제발.”

 

 제 손으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듯. 이 안대에 감춰진 네 두 눈은 발갛게 물들어 있을게 뻔했다. 나는 왜 이렇게 널 괴롭히고 싶을까.

 

“내가 안대 풀어주면. 나 못 만지는데도. 괜찮아?”

 

 지금 만지지 말라는 것도 아닌데 다급한 손이 허공을 가르며 날 찾는다. 허리춤으로 온 손이 곧게 골반을 잡고 배꼽 부근에 얼굴을 댄다. 뱉어지는 숨이 간지럽다.

 

“싫어… 보게 해줘. 만지게 해줘.”

 

“허락할까. 너한테, 나를?”

 

 배꼽 부근에 자잘한 입맞춤을 퍼붓고, 큰 손이 허리를 조물 거린다.

 

“그럼 열아. 허락할 테니까. 기쁘게 해 줘. 알았지?”

 

 내 손에 벗겨지는 안대, 그 아래 보이는 파드득 떨리는 속눈썹. 그리고 보이는 붉어진 눈.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나를 침대에 눕히곤 깊게 입안을 침범하는 혀와. 아래를 가르는 긴 손. 저릿한 느낌에 다리를 그 허리에 착 붙여 당기니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온다. 어디를 찔러야 하는지 아는 손은 머뭇거림이 없었다.

 

“열아. 그냥 들어와. 준비는 끝났어.”

 

 제 이름 석 자가 불리는 것보다, ‘열’이라는 한자가 더 간지럽다는 너를 위해 나는 터져 나오는 신음을 감추지 않고. 바튼 숨과 함께 널 불렀다.

 

“열아… 아아…! 더, 더 세게 해줘. 으응…”

 

 내가 조르면 넌 착실하게 밀어붙이던 허리 짓에 속도를 더해 내 안을 꽉 채운다. 내 등허리를 간질이던 입술이 나쁘지 않았으나. 내가 좋아하는 체위는 따로 있었다. 꼭 너를 끌어안고 마음껏 흔들리면서 네 목덜미에 내 얼굴을 묻는 것. 네 귀에 내 달뜬 숨을 뱉어주면. 바르르 떨면서도 더 세차게 허리 짓을 하는 너. 너른 너의 등에 확확 발간 상처를 내어도 개의치 않는 것이 퍽이나 마음에 들어. 파묻어 둔 얼굴을 들어 네 아랫입술을 진득하게 빨았다. 그럼 넌 나를 옆으로 뉘이고 내 허벅지 사이 제 허벅지를 들이고 골반을 콱 잡으면서 낮게 운다.

 

“열아, 너무 좋다. 너무 좋아. 더… 더…!”

 

 퍽퍽 거리는 외설적인 소리가 귓등을 치면. 나는 좋아 까무러칠 듯 바르작거리면 너의 손에 그 움직임을 저지당한다. 그 구속이 내 가슴께까지 와서 날 확 안고 빠르게 움직이면. 너도 짐승처럼 우는 소리와 함께 내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잘게 떤다.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확연하게 낮아져있다. 아직 내 몸에서 빠져 나가지 않은 너. 내가 네 부름에 답하면 너는,

 

“계속 하자. 우리.”

 

 발갛게 부은 눈을 하고. 웃는다. 나도 계속 하고 싶으니 말릴 필요는 없지.

 

 

 밤이 깊은 것 같아도 아직, 새벽도 오지 않았다. 우리의 시간은 많았다.

 

 

 

***

 

 


 3년 만이네요. 배우들 말고는 외설적인 글을 써 본 적이 없는데. 요즘 엑소 찬열 씨가 아른거려서 써봤습니다. 괴롭히는 게 왜 이렇게 좋은지 모르겠네요. 본의 아니게 여름 타령을 했는데, 습하고 더운 여름이네요.
 별것 없는데도 방문해주시는 분들께 선물이었으면 좋겠어요. 오랜만이라 엉망진창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