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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

아저씨 욕해주세요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중구는 이 시끄러운 소리에 인상을 팍 찌푸렸다. 중구가 상훈을 불러다 머리를 한 대 세게 후려치고 묻는다.

 

"이 콩알만 한 게 왜 자꾸 나더러 욕을 하래? 어? 너 뭐 아는 거 있어?"

 

중구가 들이민 휴대폰 화면을 상훈이 빤히 본다. 카톡 내용은,

'아저씨 나한테도 욕해봐요!'

'괜찮으니까 욕해봐요'

'아저씨! 욕해봐요 상훈씨한테 하는 것처럼!'

'나한테 하고 싶었던 욕 없어요?'

'아저씨ㅠㅠ'

'왜 안 봐요! 아저씨 욕해봐요! 나 진짜 괜찮은데..'

뭐 이런 식으로. 여자가 중구에게 대뜸 욕을 해달라고 조르는 내용이었다.

 

"얘 왜이래. 왜 나보고 너한테 하는 것처럼 자기한테 하라는거야. 어?"

 

갑자기 욕해달라는 여자가 당황스러운 중구처럼. 상훈도 당황스러웠다. 중구는 종종 이런 질문을 자주 했지만 평소보다 난이도가 더 있는 것 같아 상훈은 말을 쉽게 하지 못 했다.

 

"자.. 잘.. 모르겠습니다.."

 

"이런 씨발"

 

애꿎은 골프채 하나가 박살 나고. 중구가 거칠게 타이를 끌어내려 한숨을 내쉬었다. 콩알만 한 계집이 늘 자신의 골치를 아프게 한다. 요 계집이 또 무슨 일로 이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 중구는 업무를 시원하게 재끼고 집으로 향했다.

 

 

 

***

 

 

 

중구의 입이 거칠긴 했으나,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게까지 걸걸한 욕을 내뱉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중구는 여자의 요구가 꽤나 당황스러웠다. 상훈에게 하는 욕을 들을 때마다 깜짝 놀라 토끼눈을 하는 계집이 욕이라니! 복잡한 마음에 현관을 벌컥 열고는 여자를 찾는다.

 

"아저씨 벌써 왔어요?"

 

편안한 차림으로 쪼르르 중구 옆으로 온 여자가 생글생글 웃는다.

 

"아저씨 카톡 봤잖아요! 왜 대답이 없었어요? 응? 욕해달라니까아~"

 

"거 왜 자꾸 되지도 않는 소릴 해."

 

중구의 고함에 여자가 움찔하다 중구에게 착 달라붙었다. 말꼬리를 늘리며 중구에게 애교를 부리자 중구의 입꼬리가 슬슬 올라간다.

 

"내가 욕하면 놀란 토끼눈으로 눈치 보는 게 왜 자꾸 고집이야."

 

그런 게 있다고 그냥 욕 한 번만 해주면 다 해결된다고 여자는 칭얼거리면서 중구가 겉옷을 벗는 것을 도왔다.

 

"진짜 욕 안 할 거예요?"

 

"나 참."

 

"아저씨. 그럼 내가 아저씨한테 욕해도 돼요?"

 

"뭐?"

 

이건  또 무슨 상황인가 싶은 중구의 얼굴에는 아까보다 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중구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매끄럽게 손에 닿는 셔츠를 잡고는 생글생글 또 웃는다.

 

"보고싶었어욕."

 

중구의 품에서 얼굴을 빼꼼히 올려다 중구를 보며 여자가 말을 잇는다.

 

"사랑해욕."

 

어리둥절하던 중구는 이 콩알만 한 계집이 이 말을 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부지런하게 카톡을 했구나 싶었다.

 

"이게 하고 싶어서 아침부터 난리였나?"

 

중구가 여자를 번쩍 들어 안고는 침실로 향한다. 이젠 여자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비쳤다. 그런건 아닌데!라고 말하면서 여자는 중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다.

 

 

 

***

 

 

 

"아아앙..! 아파요."

 

여자의 투정에 잘근잘근 깨물며 희롱하던 젖꼭지에서 중구가 입을 뗀다.

 

"사실.. 아저씨가 나한테 어떤 욕을 할까 궁금했었는데. 욕 한 번 안 하네. 우리 아저씨."

 

여자가 중구의 볼에 참새처럼 쪽쪽쪽 입을 맞춘다. 간지럽지만 싫지 않은 달달한 감촉에 중구가 바로 앉아 제 허벅지 위로 여자를 앉힌다.

 

"그렇게 듣고 싶나? 내가 너한테 하는 욕?"

 

"나한테 하고 싶은 욕이.. 있어요?"

 

여자는 중구가 제가 한 것처럼 달달한 말을 해줄 거란 생각은 안 했다. 그래서 좀. 많이. 긴장했는데 그에 중구가 씩 웃는다. 여자의 머리칼을 살살 넘겨주며 중구가 입을 연다.

 

"쥐 좆만한 년이 못하는 게 없어. 응?"

 

여자의 볼을 톡톡 치면서 웃는데 여자는 그런 중구가 무서운 건지 얼었다. 중구가 당황해 여자의 등을 쓸며 이런 게 아니었냐고 물어보자 여자가 중구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입을 연다.

 

"아저씨.. 무서울 줄 알았는데 엄청 섹시했어요."

 

옹알이같이 작게 웅얼거리는 여자의 말에 중구가 킬킬 웃는다. 중구의 움직임에 여자가 좀 더 세게 중구를 안으며 부끄러워한다.

 

"원하면 가끔 해주지. 욕."

 

 

 

***

 

 

 

므흣한 썰을 풀고 싶었는데 귀여운 에피소드 같은 썰을 풀었네요. 봄!인 줄 알았는데 아직 추운 어색한 봄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