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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박구리

어리광

어젯밤 자성과 침대가 아닌 소파에서 깊은 관계를 맺었던 여자는 자성이 깨지 않게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겨울이라 아침인데도 밖은 아직 까무룩 하다. 발꿈치를 들어 살금살금 걸어 싱크대 앞에 도착한 여자가 약하게 물을 틀었다. 스텐에 물 튀기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조금 더 물줄기를 약하게 틀었다. 요 며칠 아침을 챙겨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쁘게 출근했던 자성을 위해 주말 아침을 거하게 차릴 생각으로 약한 물줄기에 손을 비비자.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자성이 여자의 허리를 끌어안고 목에 얼굴을 묻힌다. 그리곤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입술을 여전히 목 위에 있었고, 간질간질한 느낌에 여자가 몸을 짧게 떨었다.

 

"불 켜고 손 씻어야죠."

 

"당신 깰까 봐.. 미안.. 나 때문에 깼죠?"

 

"으음.."

 

자성은 아무 말 없이 물줄기로 젖어가는 여자의 손을 잡았다. 찬물에 닿으니 잠에 빠졌던 자성의 정신이 돌아오는 듯하다. 여자가 의아한 마음에 손에 힘을 주자 자성이 손을 씻는 듯이 여자의 손을 비빈다. 꼭 어린아이 손을 씻기는 엄마의 손처럼, 여자의 손을 감싼 자성의 손길이 부드럽다.

 

"침대서 자요. 소파에서 자서 몸 찌뿌둥하지 않아요?"

 

"재워줘요."

 

자성의 어리광에 여자가 웃자. 물기 묻은 손으로 여자를 끌어안는다.

 

"어린애처럼 재워줘야 잘 거예요?"

 

"같이 자고 싶으니까.."

 

말끝을 흐린 자성이 여자의 고개를 돌려 입을 맞춘다. 갑작스러운 입맞춤에 여자가 당황해하지만 자성은 여자의 입속을 자유롭게 휘젓는다. 물줄기 소리는 여전히 들리고 그 속에서 야릇한 소리도 섞여있다.

 

"그.. 그만.. 나 아침 준비하고 있었어요.."

 

자성이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다물며 여자를 본다. 어슴푸레한 아침, 자성의 눈길에 여자는 더 하려던 말을 멈추었다. 짧은 정적. 자성은 아직도 흐르는 물을 멈추게 했다. 다시 가까워진 자세에 여자가 긴장하고. 자성이 한 번 더 여자를 끌어안는다.

 

"아침 상관없으니까 같이 자요. 같이 자고 싶어."

 

여자가 입을 삐죽이다가. 자성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자성은 여자의 손길에 눈을 감았다. 여자를 안고 침실로 향한다.

 

 

자성이 여자의 품에 안기고, 자성의 등허리를 쓰다듬는다.

 

"내가 자장가라도 불러줄까요?"

 

장난기가 서린 목소리에 자성이 입가에 미소가 걸린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잘자요. 우리 애기."

 

자성이 좀 더 여자의 품에 파고든다. 여자는 그런 자성을 보듬어 안고 눈을 감는다. 창밖으로 이제 해가 뜨려는지 좀 환해졌다. 두 사람의 숨소리가 고요하다.

 

 

 

***

 

 

 

원래는 다르게 쓰려고 했었는데..................... 제목처럼 요즘 어리광 피우고 싶..............

'불 켜고 손 씻어야죠' 이거 하나때문에 이 글을 쓰려고 했는데 의도치 않게... 아니 의도해서 달달하게 마무으리..!

+ 다른 버전은 '불 켜요'로 쓰도록 할게요!